지친 채 커져 버린 사랑을 믿어?
기적을 믿어? 빛에 마구 섞여 드는 빛 입자에서 감아도 떠도 마찬가지인 두 눈 속에서 잠보다 조용히 떠다니는 얼음 조각 위에서 지친 채 커져 버린 사랑을 믿어? 숨을 헐떡이며 돌아온 너는 들려줄 말이 있다고 했지. 태양 빛이 조금 지워 버린 너의 귀는 오래전 우리가 심었던 나무 아래서도 꽁꽁 얼어붙어 있었어. 조그맣고 슬픈 고집처럼, 어설픈 가장자리처럼. 알 수 없는 미래처럼. 너는 가방에서 윤기나는 솔방울 여럿을 꺼내 자랑스레 돗자리에 늘어놓았다. 이건 꿈, 이건 바다, 이건 혼란, 이건 절벽, 이건 플라스틱, 이건 검정, 이건 대통령, 이건 무지개, 이건 건총, 이건 테이블, 이건 기쁨, 이건 침묵, 이건 모서리, 이건 시위대, 이건 용기…… 솔방울 한 알이 이토록 가볍고 평평하고 시시한 우주라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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