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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이 없으면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는 옛이야기를 노인이 되어서야 들었습니다
아침마다 떨리는 손으로 수염을 깎으면서, 그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어요
다시 태어난다면 첫 번째로 기도를 하겠습니다
다시 태어나지 않게 해주십시오
스스로 울 수 있는 순간부터 그는 길에서 울고 있습니다
우리는 울면서 태어나는데, 두 번째 기도를 하려고 합니다 다시는 울지않게 해주십시오
그는 수염을 깎고 인공눈물을 넣고 두 손을 모아 흐릿한
시야를 가늠해봅니다 어지러운 햇빛이 쏟아지네요 비밀이 있다면, 세번째 기도를 할 수 있을까요
매일 매일 골목길의 잎들을 쓸어내고 건물의
유리창을 닦으면서 바깥으로 던져진 시간을 확인합니다
인간이 서서 걷기 시작하면서 손이 자유로워졌다고 합니다
왜 이곳의 꽃은 항상 쓰레기 더미 위에서 피어날까요
목련 나무 아래 놓인 쓰레기를 버리고 생각합니다
슬픈 기도가 두 손에서 흘러나오는 이 한낮은 너무 뜨겁다고
이영주, 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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