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썸네일형 리스트형 내가 사랑한 것들은 왜 그리 짧게 살다 떠나는지, 변하고 돌아서는지 꽃잎들은 긴 바닥과 찰나의 허공이라는 계절을 지나는 중이다. 내가 사랑한 것들은 왜 그리 짧게 살다 떠나는지, 변하고 돌아서는지. 무덤 속에서 튀어 올라오는 사랑과 입맞춤 한다. 나는 북쪽에 산다. 피부는 들판의 풀들처럼 자라면서 늙어가고, 가끔은 잠적한다. 그리곤 튀어 오른다. 무덤 위에 피는 꽃처럼 잠시 아름다워진다. 생일(生日)과 기일(忌日)이여, 점점 더 멀어져라. 나의 울음과 너의 울음이 다르다. 저녁과 아침 사이 밤이여, 점점 더 캄캄해져라. 나는 남쪽에 살고 북쪽에 산다. 바람이 분다. 꽃 피고 진다. 밤하늘이 바닥까지 내려와 있다. 바다에 흐르는 은하수. 바닥의 애벌레 좌. 얼룩진 한쪽 벽 구석의 거미 좌. 이젠 천천히 기어 너에게 간다. 길의 점막에 달라붙은 꽃잎들. 바닥을 물고 빠는 저.. 더보기 죽은 이름들이 너무 많아 내 이름을 잊는 날도 있겠지만 그래도 불러줄 거지?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어. 우리는 밀밭 빛깔 트럭을 타고 있었는데 유리창에 거미줄 같은 금이 가 있었지. 아직 앳된 운전병이 가슴 밖으로 빠져나가는 숨을 힘겹게 몰아쉬고 있었어. 뜨거운 액체가 바지를 적시고 발밑에 작은 고랑을 만들었지만 우린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비스듬히 고개를 기댄 그는 사과궤짝에 남은 썩은 사과처럼 검붉은 과즙을 흘리고 있었지. 고요한 저녁이 오고 있어. 작은 고랑은 가장자리부터 말라가고 푸른 사과는 입을 조금 벌린 채로 편안해 보였지. 한밤, 더러운 야전침대에 누워 불러야 하는 이름들이 있어. 영문도 모르고 죽은 어린 영혼들. 머리맡에 앉아서 정답게 속삭이는 것들. 죽은 이름들이 너무 많아 내 이름을 잊는 날도 있겠지만 그래도 불러줄 거지? 임현정, 사과궤짝 더보기 삶이 너무 길어요 인생은 형벌같기만 하고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이겠니 아무도 듣지 못하는 비명의 주머니가 사람마다 하나씩 마음 안에 감춰져 있다고 머리채를 붙든 손은 이리저리 오가고 질끈 눈을 감았나, 그 장면을 내 눈으로 봤다고 믿을 수 없다 아버지, 삶이 너무 길어요 인생은 형벌같기만 하고 하루하루 불 속에서 불을 기다리는 기분 백은선, 불가사의, 여름, 기도 더보기 때론 이렇게 사는 것은 느린 자살과 별반 다를게 없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버티는 인생만 살다보면, 자신이 뭐가 하고 싶어 이곳에 왔는지 점점 알 수 없어진다. 아무튼 살아보자고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생각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때론 이렇게 사는 것은 느린 자살과 별반 다를게 없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요시모토 바나나, 『그녀에 대하여』 더보기 십자가가 저렇게 많은데, 우리에게 없는 것은 기도가 아닌가 밤의 도시를 바라볼 때처럼 명확해질 때는 없다. 어두운 천지에 저마다 연등을 달아놓듯 빛나는 자리마다 욕정이, 질투가, 허기가 있다. 이것보다 명확한 것이 있는가. 십자가가 저렇게 많은데, 우리에게 없는 것은 기도가 아닌가. 입술을 적시는 메마름과 통점에서 아프게 피어나는 탄식들. 일테면 심연에 가라앉아 느끼는 목마름. 구할 수 없는 것만을 기도하듯 간절함의 세목 또한 매번 불가능의 물목이다. 오늘은 내가 울고 내일은 네가 웃을 테지만 내일은 내가 웃고 네가 기도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 울다 잠든 아이가 웃으며 잠꼬대를 할 때, 배 속은 텅 빈 냉장고 불빛처럼 허기지고 우리는 아플 때 더 분명하게 존재하는 경향이 있다. 아프게 구부러지는 기도처럼, 빛이 휜다. 이현승, 빗방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더보기 다시 태어나지 않게 해주십시오 수염이 없으면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는 옛이야기를 노인이 되어서야 들었습니다 아침마다 떨리는 손으로 수염을 깎으면서, 그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어요 다시 태어난다면 첫 번째로 기도를 하겠습니다 다시 태어나지 않게 해주십시오 스스로 울 수 있는 순간부터 그는 길에서 울고 있습니다 우리는 울면서 태어나는데, 두 번째 기도를 하려고 합니다 다시는 울지않게 해주십시오 그는 수염을 깎고 인공눈물을 넣고 두 손을 모아 흐릿한 시야를 가늠해봅니다 어지러운 햇빛이 쏟아지네요 비밀이 있다면, 세번째 기도를 할 수 있을까요 매일 매일 골목길의 잎들을 쓸어내고 건물의 유리창을 닦으면서 바깥으로 던져진 시간을 확인합니다 인간이 서서 걷기 시작하면서 손이 자유로워졌다고 합니다 왜 이곳의 꽃은 항상 쓰레기 더미 위에서 피어.. 더보기 두려웠다 내가 저 햇살 아래 작고 유순한 것을 죽일 거라는 사실을 알아서 신을 배운 이후로 미안하다는 말보다 죽이고 싶다는 마음이 많았다 세상 모든 곳이 다 오락이어서 캐릭터들이 죽는데 플레이어가 동전을 계속 넣었다 어느 주말 오후 흰 캔버스를 세우고 멍하니 그리워했다 있는 것들만 죽여 저녁을 먹고 다음 날 아침 그 사람을 웃으며 안았다 손끝으로 상대방의 생명선을 끝까지 따라가 본 사람은 죽을 때까지 같이 한다는 비극을 믿었다 우리가 금방 죽을 거라 했다 어젯밤 꿈에 눈이 부어서 오늘도 젖은 하루를 살았다 창밖엔 숲 이외의 것들만 조용히 번져서 우리의 기후가 같을까 무서워졌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 아무 일 없이 골목을 걸었다 와락 쏟아지다 터뜨려지는 파스텔이다 어두운 식탁에 앉아 찬 음식을 오래 씹어야만 하는 나이 무심히 낯선 여름이 굴러가고 두려웠다 내가 저 햇살 아.. 더보기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 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 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더보기 이전 1 ··· 20 21 22 23 24 25 다음